
1. 재난심리 대응 매뉴얼이란? 재난은 예고 없이 발생하며, 그 피해는 물리적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무너진 건물, 잃어버린 재산, 신체적 상해만큼이나 심각한 것이 바로 심리적 충격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심리적 손상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처가 늦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WHO, 유니세프, UNHCR 등 다양한 국제기구들은 재난 발생 시 심리사회적 지원(MHPSS)을 구조 활동의 핵심 축으로 포함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재난심리 대응 매뉴얼’입니다. 이 매뉴얼은 단순히 피해자를 위로하자는 수준이 아니라, 정확한 단계별 개입 전략과 체계적인 심리 지원 프로세스를 담고 있는 전문 문서입니다.국내에서는 국립재난심..

1. PTSD 예방의 출발점: 재난 직후 초기 개입의 중요성재난이라는 돌발적이고 압도적인 사건은 피해자들의 삶을 물리적으로 무너뜨릴 뿐 아니라, 그들의 심리적 균형을 심각하게 흔들어 놓습니다. 특히 이러한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을 겪은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이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입니다. PTSD는 단순한 불안 반응이나 우울증과는 달리, 사고 당시의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그것이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는 생생한 재경험 증상과 더불어, 과각성, 회피, 감정 마비와 같은 다양한 증상 군을 포함합니다. 이와 같은 증상은 생존자들이 재난 이후에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것을 심각하게 방해하며, 사회적 단절이나 실직..

1. 모두가 집 단상담에 적합한 건 아닙니다 – 개인 상담이 더 필요한 순간들재난 이후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많은 분들이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먼저 떠올립니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이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일어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집단상담은 매우 강력한 회복 도구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집단상담에 잘 맞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집단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거나,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조차 감당하기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땐 오히려 1:1 개인 상담이 더 적합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개인 상담은 특정한 주제, 정서, 경험을 중심으로 심층적인 접근과 개별 맞춤형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집단상담..

1. “치유는 즉각적이지 않습니다 – 집단상담을 시작하기 전 마음의 준비”많은 분들이 집단상담에 처음 참여할 때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품고 오십니다. “들어가기만 하면 나아지겠지”, “딱 한 번만 말하면 다 정리될 거야” 같은 희망 섞인 기대부터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내가 너무 무너지면 오히려 폐가 되는 건 아닐까?” 같은 걱정까지, 다양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이런 감정들은 매우 자연스럽고, 오히려 회복을 향한 첫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심리적 회복은 기적이 아닌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실제 상담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용하고 서서히, 아주 작은 감정의 움직임이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전과 달라..

1. “내 안의 무너짐을 처음 말할 수 있었어요 – 집단상담이 주는 말할 용기그날 이후 모든 게 멈췄습니다. 평소처럼 출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던 순간, 굉음과 함께 세상은 무너졌고 저는 그 속에서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살아서 다행’이라는 말 뒤에 숨어 있던 감정들은 누구에게도 꺼내놓지 못한 채 마음속에만 쌓여갔습니다. 자다가 악몽에 시달리고, 지하철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고통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참여하게 된 재난 회복 프로그램 내의 집단상담에서 처음으로 ‘나도 괜찮지 않다’는 말을 꺼낼 수 있었습니다. 집단상담은 나를 드러내도 괜찮은 안전한 공간이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이들이 경청해주고, 말하지 않아도 공감해주는 그 분위기는 그 어떤 ..

1. 재난 이후의 마음, 모두에게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키워드: 재난 트라우마, 심리 회복, 상담 필요성)대형 재난을 겪은 사람들은 눈앞의 참사뿐 아니라 그 이후 찾아오는 깊은 심리적 충격과 마주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슬픔이나 공포를 넘어서 일상의 기능마저 마비시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에 따른 회복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한다. 어떤 이들은 말을 꺼내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또 어떤 이들은 "나만 겪은 일이 아니구나"라는 감각에서 위안을 얻는다. 때문에 심리 상담의 형태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회복의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 하면 1:1 대면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집단상담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중요한 건,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1. 재난 트라우마 회복의 시작, 상담 방식 선택이 중요하다재난을 경험한 이후, 심리적 충격은 단순한 ‘불안’ 이상의 형태로 다가온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뿐 아니라 우울, 분노, 무기력, 자책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얽히면서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다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특히 개인상담과 집단상담 중 어떤 방식이 현재의 나에게 적합한지 판단하는 것은 회복의 첫 걸음을 좌우한다. 이 선택은 단순한 접근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회복의 속도와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이에게는 조용한 공간에서 깊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개인상담이 치유의 길이 될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공감과 위로..

[재난 트라우마] 재난 이후, 마음에도 ‘응급처치’가 필요하다거대한 지진, 갑작스러운 붕괴 사고, 대규모 화재나 참사처럼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재난은 피해자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무너뜨린다. 신체적 외상은 눈에 보이지만, 심리적 외상은 대부분 침묵 속에 방치된다. 이런 심리적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채 안으로 뭉치며 오히려 더 깊은 트라우마로 변한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재난 직후 피난소나 쉼터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피해자들을 자주 마주한다. 이들의 말문을 여는 일은 매우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심리적 응급처치(PFA)’와 ‘심리사회적 지원(MHPSS)’의 역할이 시작된다. 이때 상담 방식 선택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닌, 피해자 회복의 ‘..